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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vs 기생수 더 그레이, 그리고 시즌2

by Emeth Media 2024. 8. 13.

'기생수'는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TV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로 공개되었으며, 올해 넷플렉스에서 한국판 '기생수: 더 그레이'를 전세계에 전송했습니다. 이들 작품은 원작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옮기거나 이를 지키면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 신이치가 등장하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높습니다.  

 

 

 

1. 애니 '기생수' vs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

TV애니메이션 '기생수'와 실사 영화 '기생수'는 원작의 세계관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 실사 드라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더 그레이)는 세계관은 같지만 주인공과 이야기 전개가 완전 다릅니다.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죠. 

 

 

이들 작품은 20년 전에 연재를 마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기생생물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인간을 죽이려 하는데요, 이에 반격하는 인간, 그리고 그 중간에 자리잡은 '신이치와 미기'의 삼각관계를 뼈대로 합니다. 넷플릭스에서 TV애니메이션과 '더 그레이'를 볼 수 있습니다. 

 

 

기생수 | 넷플릭스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우주에서 온 괴상한 기생생물이 그의 오른손을 장악하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다른 기생생물들이 인간에게 기생하며 살육을 일삼는 상황. 이 모든 걸 알게 된

www.netflix.com

 

 

기생수: 더 그레이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어디에선가 정체불명의 기생생물들이 나타난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살인을 저지르며 세력을 구축하는 침입자들. 이를 막으려는 인간들이 기생생물과 맞서 싸운다.

www.netflix.com

 

 

기생수 파트1 | 넷플릭스

인간이 굶주린 기생생물의 제물이 되자, 한 소년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자기 몸에 침투한 생명체와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www.netflix.com

 

 

기생수 파트2 | 넷플릭스

인간과 식인 외계 생물 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한 남자가 모든 위험을 불사하며 이 상황을 종식하려 한다.

www.netflix.com

 

개인적으로 TV애니메이션 '기생수'가 가장 완성도가 높고 원작의 세계관을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6부작으로 전송된 드라마 '더 그레이'는 한국상황으로 재해석한 작품인데요, 공생이나 공존보다는 개인과 조직에 초첨을 맞춰 기생생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퇴치작전에 무게 중심이 있는 것습니다. 

 

2. 만화 '기생수' 이야기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는 1988년부터 7년간 '모닝오픈 증간판'과 '월간 애프터눈'에 연재되었습니다. 연재가 시작되자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몸을 조종한다는 독특한 설정과 철학적인 메시지, 의외의 전개, 세계관 등으로 호평을 받습니다.

 

 

호평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와의 영상화 판권계약으로 연재 완결 후 20년이 지난 2014년에야 영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지상파 NTV에서 TV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되었습니다. 또한 2014년 11월과 2015년 4월에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의 2부 구성 실사영화가 공개되었습니다.

 

원작 만화 '기생수(출처: 코단샤)

 

원작 만화는 영상화가 되지 않은 2013년까지 단행본 누적 발행부수가 1,100만 부를 기록했습니다. 영상화가 되지 않은 만화가 완결 뒤, 그것도 20년간 1,000만 부를 돌파한 것을 드문 일인데요, 영상화 이후에 더욱 발매가 늘어났습니다. 누적 발행부수 2,500만 부를 돌파했습니다. 

 

 

원작의 스토리는 어느 날 우주에서 정체불명의 생물체가 지구에 도래하는데요, 이 생물은 인간의 머리에 침입해 기생하며 온몸을 지배하고 다른 인간을 포식합니다. 기생생물의 머리는 자유자재로 변형이 되는데요, 거기서 예리한 칼날이 나와 살인무기도 쓰입니다. 게다가 기생생물은 고도의 학습능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평범한 고교생 이즈미 신이치가 기생생물 미기를 만나는데요, 미기는 신이치의 오른손에 기생합니다. 이후 신이치와 미기의 공생이 시작되는데요, 동시에 세계적으로 기생생물이 일으킨 연쇄살인사건이 빈발합니다. 기생생물은 신이치 엄마를 잠식하고 그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신이치를 공격, 신이치는 심장에 치명상을 입습니다.

 

 

미기는 신이치의 몸 속에 들어가 심장을 회복시키는데요, 이 과정에서 미기의 세포 절반이 신이치 몸에 퍼져 신이치는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가지게 되는 반면, 미기는 일정 시간 수면상태에 빠집니다. 이후 신이치와 미기는 공존하며 기생생물과 대결을 벌입니다.

 

 

중략하고, 기생생물은 퇴치하지마, 기생생물보다 더 악랄한 살인마 우라가미가 대미를 장식합니다. 그는 기생생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경찰에 체포된 뒤, 기생생물 퇴치에 협력하던 중 신이치를 만나고, 퇴치 작전 중 혼란을 틈나 도망칩니다.

 

 

1년 뒤 신이치의 여자친구 사토미를 인질로 잡은 뒤, 본능대로 사는 자신이 옳다며 신이치에게 묻습니다. 순간 사토미가 "당신이야말로 기생생물 이상의 괴물"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죽이려 합니다. 순간 신이치가 뛰어들어 제압하는데요, 사토미는 빌딩 옥상에서 떨어집니다. 결국 미기가 나타나 신이치의 오른손이 사토미를 붙잡습니다.

 

TV애니메이션 '기생수'(출처: フル☆アニメTV)

 

3. 만화, 애니메이션・영화, 드라마

원작 만화, 애니메이션과 영화,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 '더 그레이'는 뭐가 다를까요? 우선 주인공과 기생생물의 관계인데요, '더 그레이' 주인공 수인(전소니)은 괴한의 칼에 찔려 죽어가는데 기생생물 하이디가 들어와 이를 치유합니다.

 

 

그러나 하이디는 치유과정에서 뇌를 반밖에 차지하지 못해 변종이 되는데요. 이에 하이디는 수인과 의식을 반반씩 나누어 갖습니다. 하이디가 수인의 오른쪽 얼굴에서 긴 촉수로 튀어나와 활동하는 동안 수인은 의식을 잃습니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관계 같습니다. 

 

 

반면 TV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는 기생생물 미기(오른쪽)는 주인공 신이치의 오른손을 잠식합니다. 신이치와 미기는 서로 공생하며 때론 협력해 기생생물을 물리칩니다. 미기는 기생생물의 공격(그것도 신이치의 엄마의 모습으로 변한)으로 심장이 찔려 죽어나는 신이치을 되살립니다. 이 과정에서 미기의 세포가 신이치 몸에 퍼져 신이치는 초인적 신체능력이 갖게 됩니다.

 

 

다음으로 TV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는 신이치가 미기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며 기생생물과 싸움니다. 경찰과 정부도 기생생물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다가 퇴직작전에 나서고자 공개합니다. 반면 '더그레이'에서는 처음으로 기생생물의 존재를 알린 뒤, 경찰 특수 전담반(더 그레이)의 활약이 부각됩니다.

 

 

전담반 팀장은 준경(이정현)인데요, 준경은 남편이 기생생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데요, 이후 기생생물을 전멸하는 캐릭터로 변모합니다. 게다가 준경은 기생생물이 된 남편을 사냥개로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TV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캐릭터를 통해 철학적 질문들이 터져 나옵니다. 신이치는 "좁은 의미에서 적이지만, 넓은 의미에선 친구 아닐까. 지구에서 태어나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아주 사소한 것을 이해하며 쌓아 간다. 무언가에 기대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은 장난감이 아냐! 모두 살아간다. 너희와 마찬가지로"는말처럼 존재론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미기가 말한 "악마에 가장 가까운 생물은 역시 인간"이라는 말에도 동의하며 "인간의 잣대로 인간 자신을 경멸해 본들 의미가 없다. 인간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지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모순"이라고 말합니다. 사토미도 연신 "너, 신이치 맞지?"라며 신이치의 존재를 되묻습니다.

 

 

한편 TV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는 기생생물이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생생물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타무라 레이코는 중요한 캐릭터인데요, 레이코는 기생생물이지만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합니다. 레이코는 임신해 출산하는데요,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인간의 감정을 경험하게 된 걸까요? 레이코의 진화는 인간의 퇴화보다 뛰어납니다.

 

TV애니메이션 '기생수'(출처: フル☆アニメTV)

 

레이코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신이치에게 털어놓는 고백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기생생물로 인간처럼 생각하게 되면서 답을 찾았는데요, 마지막 순간에 그중 하나를 찾았다고 말합니다. 그건 진부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요?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난 대체 뭐 때문에 태어난 걸까 하고.
하나의 의문이 풀리면 또다른 의문이 솟아났어.
시작을 찾아 끝을 찾아 그냥 생각하며 걷기만 했지.
어딜 가도 똑같을지 몰라. 걷는 걸 그만둬도 괜찮고.
모든 게 종말을 고하더라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오늘 한가지 의문의 답이 나왔다

 

TV애니메이션 '기생수'(출처: フル☆アニメTV)

 

인간이지만 기생생물보다 못한 인간도 적지 않은데요. 히로카와 시장은 인간이지만 기생생물의 편에서 사고합니다. 기생생물은 "생물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인간은 지구를 좀먹는 기생충, 기생생물"이라고 주장하는데요. 그는 "인간은 지구의 독이 됐고 중화제가 필요"하다며 기생생물의 인간사냥을 합리화합니다.

 

TV애니메이션 '기생수'(출처: フル☆アニメTV)

 

악마에 가장 가까운 인간도 있는데요, 살인마 우라가미입니다. 최강의 기생생물 고토를 물리친 신이치는 더 악랄한 살인마 우라가미를 만납니다. 그는 인간은 본능대로 서로 죽여야 인류도 살고 지구도 살 수 있다는 억지논리를 늘어놓습니다. 짐승보다 못한 그의 생각과 행동은 기생생물보다 인간을 위협하는,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인간임을 일깨워 줍니다.

 

4. '기생수: 더 그레이' 시즌2

한국적 상황으로 원작의 세계관을 펼치는 '더 그레이'도 나름 평가할 만합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 비영어 시리즈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습니다. 영어 시리즈까지 포함한 전체 랭킹에서도 2위를 차지했습니다. 

 

 

TV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신이치는 죽임을 거듭하는 기생생물과 맛서 싸우면서도 공존을 찾지만, '드 그레이'에선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생생물은 세력을 확장해 가는 가운데 이를 퇴치하는 조직 전담반과 대결합니다. 조직 속에는 믿음이 있는가 하면 배신도 있습니다. 상처 속에서도 사람들 속에 살아야 한다는 수인의 말에 중요한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한편 '더 그레이'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TV애니메애션과 영화 '기생수'와 만납니다. 바로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가 전담반 준경과 만나는데요, 신이치는 기생생물 전문 기자라면서 준경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신이치 역은 스다 마사키가 맡았습니다.

 

 

이때 신이치의 오른손이 클로즈업되는데요, 원작과 TV애니메이션을 읽고 본 팬이라면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요. 시즌2에 대한 암시라고 할 수 있죠. 스다 마사키가 캐스팅된 것 보면, 시즌2에서 신이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곧 시즌2가 나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