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성지순례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에 접어들어 투어리즘 연구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연구의 시작은 일본에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관련 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성지순례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지고, 그 성립과 실태가 소개되었다. 이후 성지순례는 지역 활성화와 관광사회학, 경제효과 등의 관점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성지순례, 열풍의 시작
콘텐츠 투어리즘에서 성지순례가 하나의 열풍된 것은 2007년에 방송된 ‘러키☆스타'(らき☆すた)였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2007년 4월부터 9월까지 지역국을 중심으로 방송되었다. 메이저 방송사가 아니나 소규모 지역국에서 방송되었음에두 불구하고 성지순례라는 사회현상을 불러일으킨 원인은 무엇일까? 원작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가 없다. ‘러키☆스타'는 2004년부터 게임잡지 ‘Comptiq’, 만화잡지 ‘Comp-Ace’, 정보지 ‘Mitaina!’에서 연재되었다. 누계 발행부수는 550만 부를 기록했다. 만화에서 성공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소설, DVD, 이벤트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성지순례도 생겨나게 되었다.
러키☆스타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성지순례로 연결된 것은 미디어기술의 발달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러키☆스타'는 방송되는 동안에 YouTube와 니코니코동영상 등의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동영상이 업로드되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팬들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간단하게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팬들은 애니메이션의 배경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전달하고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지자체와 상공회의소 등이 나서서 대응을 시작했다.
'러키☆스타'의 성지순례는 팬들이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도쿄 근교 사이타마의 쿠키시(久喜市)에 있는 사찰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애니메이션이 방송되기가 무섭게 사찰을 찾는 팬들이 생겼다. 이례적인 팬들의 쇄도에 언론에서는 치안, 민폐 등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이후 쿠키시는 대응에 나섰으며 성지순례로 발전하게 되었다.
쿠키시 상공회의소가 사찰을 방문하는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상품을 개발하고 이벤트도 기획했다. 이때 나온 상품이 스트랩이었다. 이 스트랩은 1년 4개월간 23,500개가 판매되었다. 사찰 주변의 상점도 팬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모아 지역축제에 애니메이션을 집어넣었다. 도쿄에서도 이벤트를 개최했다. 애니메이션과 무대, 상품, 이벤트 등을 묶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 투어리즘의 변질: 창조된 성지?
콘텐츠 투어리즘에서 성지순례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무대를 찾아나서는 행동행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성지'가 출현하기도 했다. 실재하지 않는 성지가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지고 창조되는 사례가 나왔다.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은 성지와 성지순례를 창조했다고 할 수 있다.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 성지순례에서 새로운 형태로 최근 크게 성공한 '귀멸의 칼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귀멸의 칼날'은 20세기 초 일본을 무대로 주인공이 가족의 죽인 귀신을 응징하고 귀신이 된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고토우게 코요하루(吾峠呼世晴)이다. 2016년에 코믹잡지 ‘소년캠프'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2020년 코믹 랭킹에서 1위부터 22위까지 독점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마지막 23권이 2020년 12월에 발매되자 누계 발행부수가 1억 2,0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은 성공을 기록했다. 2019년에 TV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되면서 발행부수는 급증했다. 독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주류였지만, 열풍을 일으키며 10대에서 40대 남여로 확대되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흥행수입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20년 10월에 개봉된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개봉 73일만에 관객동원수 2,404만 명, 흥행수입 324억엔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국내에서 상영된 모든 영화를 통틀어 1위였다. 감독은 소토자키 하루오(外崎春雄), 시나리오는 애니메이션제작사 ufotable이 맡았다. 이후에도 흥행은 계속돼 개봉 6개월간 흥행수입은 404.3억 엔으로 늘었다. 당시까지 최고기록은 316.8억 엔을 기록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귀멸의 칼날'은 열기나 열풍을 넘어 사회현상으로 발전했다. 신종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봉 연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전국 403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극장 개봉을 앞두고 2020년 10월에 후지TV에서 토요일 프라임타임에 이틀에 걸쳐 TV애니메이션을 방송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인지 평균시청률은 16.7%와 15.4%를 기록했다. 극장판 예매는 최고기록을 세웠으며, 예약대기가 59만 명에 이를 정도로 기대가 뜨거웠다.
흥행은 일본에만 그치지 않았다. 2020년 10월 말에 대만에서 95개 극장에서 개봉했으며, 홍콩에서는 450개 극장, 1,083개 스크린에서 공개되었다. 한국에서는 2021년 1월 말에 MEGABOX에서 38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1,193회 상영되었다. 이어 미국에서는 2021년 4월에 'Demon Slayer: Kimetsu no Yaiba'라는 타이틀로 개봉했다. 전세계 흥행수입은 5억 700만 달러였으며, 2020년 연간 승행수입 세계 1위에 올랐다. 각국에서 흥행수입을 갱신했다. 미국에서 성적은 개봉 첫주는 흥행수입 2위로 출발해 둘째주에 전미 흥행수입 2위에 올랐다. 이외에 대만과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기록을 갱신했다.
'귀멸의 칼날'과 성지순례
세계적인 인기를 끈 '귀멸의 칼날'은 무대나 배경이 되는 지역이 없었다. 이에 팬들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과 같은 사찰이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면과 닮은 곳을 찾기 시작했다.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부른 곳에는 순례자가 쇄도했다. 예들 들면, 2020년 12월 초에 '귀멸의 칼날 성지순례 화제의 스폿 16선'이라는 온라인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귀멸의 칼날'의 성지는 어떻게 창조되었을까? 다음호에서 이를 정리한다(계속).
'content+tour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투어리즘①, 정의와 시장규모 (0) | 2024.02.22 |
---|---|
'귀멸의 칼날'과 콘텐츠 투어리즘2: 성지가 창조되다 (0) | 2024.02.21 |
콘텐츠 투어리즘 연구방법론 (0) | 2024.02.17 |
슬램덩크와 콘텐츠 투어리즘, 성지순례 (0) | 2024.02.16 |
아침드라마와 콘텐츠 투어리즘: '아마짱'과 지역 관광 (0) | 202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