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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과 콘텐츠 투어리즘2: 성지가 창조되다

by Emeth Media 2024. 2. 21.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은 만화와 TV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만화 발행부수는 전세계에서 1억 5,000만 부를 돌파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일본에서 흥행수입이 404.3억 엔으로 역대 1위를 기록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5억 700만 달러로 2020년에 연간 흥행수입 1위를 차지했다. 할리우드 영화 이외의 작품이 세계 흥행수입 1위를 차지한 것은 ‘귀멸의 칼날’이 유일하다. 한국에서는 211만 명이 관람했으며, 흥행수입은 203억 원이었다.

 

귀멸의 칼날, 영화 역사를 다시 쓰다

귀멸의 칼날 제작과정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2019년에 방송된 TV애니메이션의 속편에 해당하며, 원작만화에서 제7권과 제8권에 나오는 무한열차에서의 결투를 다루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주인공 탄지로는 시노부에게 불의 호흡을 묻는다. 시노부는 불의 호흡은 없지만 대신 화염의 호흡을 있다고 알려준다. 탄지로는 화염의 호흡을 알기 위해 무한열차에 올라타는데…

 

원작은 고토우게 코요하루(吾峠呼世晴)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감독은 소토자키 하루오(外崎春雄)가 맡았으며,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은 마츠시마 아키라(松島晃)가 담당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ufotable 소속이며, ufotable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배급은 토호(Toho)애니플렉스(Aniplex)가 공동으로 맡았다. 토호는 일본의 메이저 배급사이다. 예전에는 직영점을 운영했지만, 2006년 이후 TOHO시네마즈로 통합되었다. TOHO시네마즈는 스크린수가 705개로 이온시네마(808개)에 이어 업계 2위이다. 애니플레스는 애니메이션 제작과 배급, 게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니 뮤직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이다.

 

귀멸의 칼날 흥행수입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일본에서 2020년 10월 16일 403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개봉 3일간 상영횟수는 23,306외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으며, 12주 연속으로 흥행수입 1위를 달리며 ‘귀멸 열풍’을 만들었다. 개봉 59일만에 흥행수입 300억 엔을 돌파했다. 이는 일본 영화로는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12월 27일 관객수 2,404만 명, 흥행수입 324.7억 엔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316.8억 엔)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44회 일본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 최우수 음악상 화제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열풍을 일으킨 만큼 성지순례도 잇따랐다. 그런데 ‘귀멸의 칼날’을 픽션일 뿐만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도 20세기 초였다. 특정할 만한 성지가 없었다. 팬들 중에는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장면의 지역과 배경, 산, 사찰 등과 유사하다며 온라인에 올리고 소셜미디어로 전파하기도 했다. 물론 주요 캐릭터의 출신지가 나오기는 했지만 100여년 전의 배경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창조된 성지

창조된 성지1: 일도석

결국 ‘귀멸의 칼날’은 새로운 형태의 성지를 만들어 냈다. 그중에서 나라시(奈良市)에 있는 일도석(一刀石)이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만화 제1권에 주인공 탄지로가 사비토의 여우가면을 베자 그 모습이 사라지고 실제 큰 바위가 잘린 장면이 나온다. 나라시 산중에 괴물을 잘리자 바위가 잘렸다는 전설이 나온다. 만화와 전설의 스토리가 비슷하며, 실제 잘린 바위가 남아 있어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를 신문에서는 극장판이 개봉하기 전에 보도하면서 성지순례가 시작되었다. 팬들이 주인공 복장을 입고 찾아와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역관광협회는 일도석에서 코스프레(costume play) 사진 촬영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귀멸의 칼날’을 포함한 애니메이션의 코스프레 촬영이 가능한 11곳을 선정해 소개했다. 사전에 허가가 필요한 곳은 대행했으며,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장소도 제공했다. 코스프레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으며, 성지로 발돋음했다. 신문에서 소개되자 관광객은 급증했다. 지역관광협회는 일반 관광객을 위해 탄지로의 검과 비숫한 모형검을 배치했다. 일반인도 모형검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일도석을 모방한 아이스크림도 발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귀멸의 칼날’을 연상하게 되는 장소, 즉 성지로 창조된 것이다.

 

창조된 성지2: 칸로지

한편 와카야마현 키노카와시(紀の川市)에 있는 칸로지라는 사찰도 주목을 받았다. 키노카와시는 인구 5만 7천 명 규모의 지역 소도시이다. 오사카 대도시의 주변지역인 키노카와시는 최근 인구가 감소해 지역 활성화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칸로지이라는 사찰 명칭이 여성 캐릭터 칸로지 미츠리(甘露寺蜜璃)의 성과 같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키노카와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상징인 사랑을 내세워 ‘사랑의 성지’라고 홍보했다.

 

극장판 에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자 키노카와시와 칸로지, 철도회사 등이 협력해 성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키노카와시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의 개봉에 맞춰 시홍보 영상을 몇 개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상영할 때 방영하도록 했다. 시홍보 영상은 무한열차를 연상시키도록 열차와 칸로지역에서 촬영되었다.

 

또한 칸로지역에는 캐릭터 마츠리의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주변 공원에도 상징물을 세웠다. 칸로지도 애니메이션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와 사진을 촬영을 위한 장소를 준비했다. 코스프레를 위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도 마련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칸로지 주변은 ‘사랑의 성지’가 되었다.

 

특히 키노카와시는 지역 활성화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시티프로모션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젊은 여성에 초첨을 맞춰 키노카와시에 이주해 정착할 수 있도록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이 좋은 지역도시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귀멸의 칼날’과 관련된 홍보를 기획하게 되었다. 지역자원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귀멸의 칼날’의 캐릭터에 주목해 칸로지와 사랑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이후 키노카와시와 칸로지에는 성지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칸로지역, 귀멸, 성지 등의 검색어가 키노카와시와 함께 검색되었다. 특히 언론에서 소개하면서 방문자가 늘어났다. 지역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칸로지는 11월 셋째주 연휴에는 500명 가까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코스프레를 한 사람이 많았지만, 소셜미디어와 신문을 통해 확산되면서 일반인으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성지는 창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