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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성지순례: '너의 이름은'과 히다시

by Emeth Media 2024. 2. 8.

들어가며: 재패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은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으로 불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경쟁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를 석권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예 일본식 단어를 그대로 차용해 아니메(Anime)라고도 한다. 전세계에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관련상품도 인기다.

 

재패니메이션의 새장을 연 '너의 이름은' 포스터(출처: http://www.kiminona.com/)

 

시장규모도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동영상협회에 따르면, 2022년에 전년대비 6.8% 늘어난 2억 9,277억 엔이었다. 2000년대 후반에 침체 경향이 보였지만, 2013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에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이 전년대비 11.1%나 증가한 1조 4,592억 엔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분야별로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콘서트, 성우이벤트, 전시회, 캐픽터카페 등)는 전년보다 70.2%나 늘어난 972억 엔, 영화가 전년대비 30.4% 늘어난 785억 엔이었다.

 

 

'너의 이름은', 재패니메이션의 새로운 경지

한국에서도 팬덤을 형성하는 작품이 많지만 최근 재패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 ‘너의 이름은’이 애니메이션 성지순례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이 작품은 2016년 8월에 개봉했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6번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신카이 감독은 각본까지 담당했다.

 

 

스토리는 도쿄에 사는 소년과 시골에서 사는 소녀의 의식이 뒤바뀌는 현상과 1200년 만에 지구에 접근하는 디아매드 혜성을 다룬 환타지이다. 이러한 스토리는 젊은층에 널리 수용되어 개봉과 동시에 열풍을 불러일으켜 개봉 7주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했다.

 

 

일본에서 흥행수입은 250.3억 엔을 기록했다. 흥행수입에서는 역대 4위에 올랐다. 일본에서 흥행은 스크린 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배급사는 도호(東宝)였으며, 전국 300개 스크린에서 공개되었다. 개봉 이후 7주간 관객동원수 1위를 지켰다. 세계 125개국에서도 상영되었다. 전세계에서는 4,000만 명을 동원해 흥행수익은 3.6억 달러를 돌파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올린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에서는 2017년 1월에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성공 비결은 작품성을 들 수 있다. 배경과 영상미뿐만 아니라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감정 묘사가 치밀하고 섬세해 실사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제음악과 성우도 화제를 불렀다. 음악은 록밴드 래드윔프스(RADWIMPS)가 담당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난해한 부분도 있어 한번 보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번 극장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개봉한 지 1년이 지나도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너의 이름은'의 배경이 된 히다후쿠카와역(출처: https://toyokeizai.net/articles/-/254069)

 

성지순례, 기후현 히다시

‘너의 이름은’의 영상미는 배경에 기인한다.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된 것은 기후현 히다시(飛騨市)이다. 히다시는 인구 24,000명 정도의 조그마한 산간도시이다. 매년 4월에 열리는 후루카와 마츠리(古川祭)는 중요 민속문화재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재되어 있다. 일본의 옛날 거리가 남아 있어 일본 국내외 여행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너의 이름은'이 공개되면서 산간의 조용한 마을에 애니메이션 성지순례자가 방문하기 시작했다. 히다시는 ‘히다 후쿠카와 산책맵’(飛騨古川散策マップ)에서 ‘너의 이름은'의 배경이 된 곳으로 신사, 역, 로터리, 도서관, 버스정류장 등을 소개했다.

 

'너의 이름은'의 배경이 된 옛거리(출처: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8072997901)

 

애니메이션이 개봉되자 히다시를 찾는 관광객은 1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니메이션 팬으로 보이는 20대 젊은층이 많았다. 배경이 된 곳에는 어디든 순례자가 찾아들었다. 개봉 다음 해인 2017년에 히다시 방문객은 전년대비 12.4% 늘어났다. 옛날 모습이 남아 있는 거리에는 순례자가 몰렸다. 순례자 중에 외국인이 30%를 넘었다. 히다시는 ‘너의 이름은’에서 배경으로 사용된 곳은 한정되어 있었지만, 짧은 기간에 많은 지역에서 방문했다.

 

2016년에 기후현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3편 개봉했다. ‘너의 이름은'과 ‘루돌프와 많이 있어'(ルドルフとイッパイアッテナ), ‘목소리의 형태’(聲の形)이다. 이들 3편이 기후편에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는 253억 엔으로 추정된다. 명목생산은 0.19%를 끌어 올렸으며, 취업유발효과는 2,811명이다(十六総合研究所).

 

 

이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 성지순례의 경제적 효과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에 관련 사업자와 단체는 2016년 9월에 ‘아니메 투어리즘협회’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 협회는 2008년부터 매년 '아니메 성지88'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당시 ‘성지순례’는 신조어 유행어대상에 올랐다.

 

 

히다시의 성지순례 대응

그렇다면 히다시는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어떤 대응을 했을까? ‘너의 이름은’이 개봉 직후 성공을 거두자 히다시 관광과는 성지순례를 준비했다. 우선 시장이 성지순례자를 환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내보였다.

 

 

우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경으로 1,500만 엔을 배정했다. 시내버스와 고속버스에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랩핑해 홍보했다. 성지순례맵도 작성하고 전시회도 개최했다. 방문자를 위한 안내판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도록 했다. 이러한 대응은 순례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히다후쿠가와역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나온 구도에서 사진촬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개찰구에 촬영지점을 마련했으며 안내 표지판도 설치했다. 성지순례자라면 누구나 들르는 히다시립도서관에서도 사진촬영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도서관 이용자를 배려하도록 했다. 또한 히다시민도 자원봉사자로 나서 순례자를 도왔다.

 

 

히다시가 속한 기후현도 나서서 성지순례를 지원했다. 기후현은 2016년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과 ‘루돌프와 많이 있어', ‘목소리의 형태’의 무대가 된 8개 지자체와 연계해 지역활성화에 나섰다.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에서 바가지 요금을 없애고 순례자를 배려하도록 캠페인을 전개했다.

 

‘너의 이름은’은 기록적인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성지순례자는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히다시를 찾았다. 배경으로 등장한 지역에서는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가 협력해 대응을 서둘렀다. 지역성을 살린 관광객 유치전략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은 방문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지역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했다. 성지순례와 히다시는 장기적인 대책으로 지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