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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지브리와 성지순례 미야자키 하야오

by Emeth Media 2024. 2. 9.

들어가며: 스튜디오지브리

 

최근 애니메이션 성지순례는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튜디오지브리(Studio Ghibli, 이하 지브리)의 콘텐츠 투어리즘 전략을 살펴본다. 스튜디오지브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이다.

 

현재는 지상파방송사업자 NTV의 자회사이다. 설립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신은 1972년에 설립된 톱크래프트. 지브리는 설립자 중에 한명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으며, 그의 작품을 제작해 왔다.

 

스튜디오지브리 로고(출처: https://www.ghibli.jp/)

성지순례의 새로운 양상

지브리 첫작품은 1984년에 개봉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 애니메이션은 톱크래프트에서 제작했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이 애니메이션은 흥행수익 22.1억 엔을 기록했다. 이어 1986년에 ‘천공의 성 라퓨타’, 1988년에는 ‘이웃집 토토로’가 개봉했다. 흥행수입은 1989년 ‘마녀 배달부 키키’와 1992년 ‘붉은 돼지’에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붉은 돼지’는 47.6억 엔, 1997년 ‘모노노케 히메’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201.8억 엔을 거둬들였다. 2001년에 나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흥행수입이 316.8억 엔으로 지브리 작품으로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에 나온 작품은 흥행 보증 수표가 붙은 듯 대부분 성공했다.

 

지브리 미술관 로고(출처: https://www.ghibli-museum.jp/)

 

성지를 만들다, 지브리 미술관

콘텐츠 투어리즘, 애니메이션 성지순례의 측면에서 두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지브리의 콘텐츠 파워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미술관이다. 도쿄 근교에 자리잡은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三鷹の森ジブリ美術館, 이하 지브리미술관)은 2001년에 개관했다.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애니메이션 관련 박물관이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기도 하다. 운영 주체는 공익재단법인이다.

 

미술관 홀(출처: https://www.ghibli-museum.jp/welcome/)

 

지브리 미술관에는 전시실과 도서관, 정원, 카페, 매점,극장 등이 있다. 전시실에는 상시 지브니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특별전시실에는 작품과 작가, 제작사 등을 중심으로 기획전시를 실시한다. 지브리에서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매달 1편씩 상영한다. 지브리 미술관 지붕에는 ‘천공의 라퓨타’에 등장하는 로봇과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미술관 옥상의 로봇(출처: https://www.ghibli-museum.jp/welcome/)

 

상설 전시실은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보여준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활용해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스케치와 스토리 보드, 키프레임 작성, 클린 업, 컬러링, 배경 작업 등을 볼 수 있다. 특별전시실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윌리스와 그로밋,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픽사 등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나 스튜디오를 소개했다.

 

 

지브리 미술관은 신종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장기간 휴관을 해야 했고, 한때 경영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지브리 미술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개월간 입장객은 6만 6,000명으로 입장료수입은 1.5억 엔이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도에 입장객은 58만 명, 수입은 6.5억 엔인 것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엔데믹에는 입장객이 늘어나 2022년도에는 54만 명이었다. 매달 4~5만 명이 입장하고 있다.

 

'마녀 배달부 키키(출처: https://www.ghibli.jp/works/majo/#frame)

 

마녀 배달부 키키, 새로운 성지의 발견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 작품과 직접 관계가 없는 곳이 ‘성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호주 남단 태즈메이니아(Tasmania) 섬에 있는 작은 마을 로스(Ross)에 일본 여성들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구미와 아시아 지역의 여성들도 찾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마을에 젊은 여성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스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젊은이가 로스 베이커리라는 빵집 겸 민박을 방문하며 이를 소개하면서부터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의 주인공 키키가 머물렀던 ‘구쵸키빵집’과 닮았다며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었다.

 

'마녀 배달부 키키'(출처: https://www.ghibli.jp/works/majo/#frame)

 

우선 ‘마녀 배달부 키키’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해 1989년에 공개한 작품이다. 연출은 미야자키 감독이 맡았다. 미야자키 감독은 연출 이외에 프로듀서, 각본, 스토리보드까지 담당했다. 원작은 카노 에이코(角野栄子)의 동화. 애니메이션 제작계획은 1985년부터 시작되었다. 총제작비는 8억 엔이었다. 상영시간은 102분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출판사 도쿠마쇼텐와 택배업 야마토운수, 지상파방송 NTV이 제작에 참여했다. 홍보를 강화해 관객동원수는 77일간 264만 명이었으며, 흥행수익은 43억 엔이다. 이외에 앨범과 VHS, DVD 등도 인기를 끌었다. NTV는 16번이나 골든타임에 편성했다. 시청률은 높을 때는 20%가 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 스웨덴, 러시아, 스페인 등에서 공개되었다. 한국에서는 2007년에 공개되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배경은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고틀란드(Gotland)의 비스뷔(Visby)이다. 이외에 아일랜드, 샌프란시스코, 리스본, 나폴리 등 북유럽이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애니메이션에서 거리 이름은 ‘코리코’이다. 애니메이션 공개 이후 이들 지역을 찾는 순례자가 늘어났다. 여행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감정이입으로 성지 재발견

그런데 애니메이션과 전혀 관계없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로스에 젊은 여성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비디오를 통해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본 로스 베이커리 주인은 다락방의 민박을 ‘Kiki’s Room’으로 바꿨다고 한다. 키키의 방에는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으로 꾸며졌다.

 

'마녀 배달부 키키'(출처: https://www.ghibli.jp/works/majo/#frame)

 

방문객이 늘어난 것은 빵집과 민박이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유사해서 만은 아니었다. 마녀가 되기 위해 여행을 다니며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주인공 키키와 같이 혼자서 여행하는 젊은 여성의 방문이 늘어났다. 이는 애니메이션에서 타깃으로 설정한 20대 여성과 일치한다.

 

여행자는 자신과 키키를 동일시해 호주나 뉴질랜드 등에서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을 한 뒤, 독립하게 된 자신의 최종 목적지로 키키의 방을 찾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뒤 방문해 방명록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여행객이 자기고백을 하기 위해 찾았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힘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