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아침드라마
아침드라마는 선정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주부를 대상으로 주목을 끌기 위한 제작사의 전략이 숨어 있다. 사랑과 갈등, 대립 등을 서사의 기본으로 하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띠편성을 한다. 다음날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매일 클라이막스가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 NHK의 아침드라마는 착한 드라마로 통한다. 일본에서 NHK는 공영방송으로서 다양한 요구와 기대를 받고 있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직원도 마찬가지다.
NHK 아침드라마 소사
NHK가 자랑하는 드라마는 대하드라마와 아침드라마가 있다. NHK 아침드라마는 ‘연속TV소설’(連続テレビ小説), ‘아사도라’라고도 불린다. 오전 8시대 15분간 평일에 방송한다. 아침에 주부와 장년층의 인기 콘텐츠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아침드라마는 NHK의 전매특허라고 할 정도로 인기도 높고 화제를 부른다. 매번 주인공 캐스팅부터 주제, 촬영지, 시청률 등에 관심이 쏠렸다.
NHK에서 아침드라마가 시작된 것은 1961년이다. 주로 주인공인 여성의 생애를 가족과 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홈드라마이다. 처음에는 1년에 1편을 편성했지만, 1975년부터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매년 2편을 편성하고 있다. 현재는 매회 15분씩 매주 5회, 6개월 동안 방송된다.
첫번째 드라마는 ‘딸과 나’(娘と私)이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아침드라마로 방송된 이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NHK는 다음해에도 같은 시간대에 드라마를 편성했다.
이후 여섯번째 작품이 사회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격동의 시대를 이겨내는 여성의 일대기를 그리는 아침드라마로 정착했다.
두번째 작품부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주 6회 방송되었다. 현재 편성과 포맷으로 정착한 것은 2000년부터이다. 2000년부터 주 5회로 바뀌었다. 시작시간도 오전 8시로 앞당겨졌다. 1974년부터 전반기는 NHK 도쿄 방송센터에서, 후반기는 오사카 방송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2020년부터 4K로 제작하고 있다.
아침드라마 ‘오싱’ 열풍
역대 드라마 중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1983년에 방송된 ‘오싱’(おしん)이다. 이 드라마는 NHK가 TV방송 3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해 1년간 297회 방송되었다. 원작은 하시다 스가코(橋田壽賀子)의 역사소설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드라마이다. 일본 이외에 세계 68개국에서 방송되었다. 아시아는 물론 구미와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방송되었다. 일본 드라마 가운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이다.
한국에서는 일본 문화를 개방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에나 방송이 되었다. 그전에는 방송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원작 소설이 소개되었으며, 일본 방송전파가 잡히는 부산 지역에서는 시청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한편 1985년에 드라마 포맷을 들여와 영화를 제작해 개봉했다. 이 영화는 일제시대를 다루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반일 감정이 들어 있다고 평가한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오싱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이야기는 할머니가 된 오싱이 가출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에 찾아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메이지시대에 태어나 러일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패전 이후 고도 경제성장을 거쳐 세계 경제대국이 된 1980년대까지 그리고 있다.
오싱은 여성의 몸으로 일본 근현대사의 한복판에서 일본의 빈곤과 전쟁, 패망, 재건 등을 함께 했으며, 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이 일본인에게 공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크게 소녀편, 청춘편, 시련편, 자립편, 태평양전쟁편, 재기편, 완결편으로 나뉜다. 오싱 역은 어린 시절은 고바야시 아야코(小林綾子), 젊은 시절은 다나카 유코(田中裕子), 중년 이후는 오토와 노부코(乙羽信子)가 맡아 열연했다.
일본에서는 시작부터 ‘오싱 신드롬’을 만들었다. 드라마와 시청률은 분간 못한 시청자가 오싱 모친에서 쌀을 보내며 “오싱에게 전해 달라”고 했으며, NHK에 돈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평균시청률이 52.6%, 최고시청률은 62.9%까지 치솟았다.
일본 TV드라마에서 전무후무한 시청률이다. 특히 오싱의 어린 시절에 대한 반향이 커서 NHK는 방송 종료 후 어린 시절만 재방송하기도 했다. ‘오싱 신드롬’은 NHK 1984년 유행어 대상 신조어 금상에 올랐다.
‘오싱’ 촬영지: 야마가타현
아침드라마는 여성의 반생이나 일생을 다루기 때문에 지방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촬영지도 유명해졌다. 오싱은 야아가타현과 도쿄, 사가현, 미에현 등에서 촬영되었다. 오싱의 소녀 시절은 주로 야마가타현에서 촬영되었다. 당시 촬영에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한다.
촬영지는 오싱의 생가로 보존되어 있다. 2000년 폭설로 무너진 뒤, 일시 복원되었지만, 다시 폭설로 무너졌다. 이후 2013년에 사카다시(酒田市)에 있는 영화제작 오픈세트장으로 이전, 복원되었다.
드라마 ‘오싱’의 성공으로 야마가타현을 찾는 방문객이 급증했다. 특히 드라마 ‘오싱’을 촬영하고, 오픈세트장이 있으며, 영화 ‘오싱’의 촬영장이었던 사카다시를 찾은 관광객이 많았다. 사카다역과 사찰, 공원, 창고, 다리 등은 산책코스로 소개되고 있다.
관광지 식당에는 ‘오싱’에 나온 메뉴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싱’의 촬영지는 영화 ‘오쿠리비토’(おくりびと)와 가깝기 때문에 일본 국내와 해외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 왔다.
아침드라마의 경제적 효과
아침드라마는 ‘오싱’ 이후 시청률이 하락하기 시작해 2000년대 이후에는 시청률이 1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2013년에 방송된 ‘아마챵’(あまちゃん)이 20%를 찍기도 하는 등 반응도 없지 않았지만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2010년에 방송된 ‘게게게 여보’(ゲゲゲの女房) 이후에는 드라마를 활용한 관광진흥이 본격화되었다. 아침드라마도 대하드라마만큼 콘텐츠 투어리즘을 불러일으켜 지자체에 막대한 경제효과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와 지자체에서는 아침드라마의 경제적 효과를 산출해 발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마챵’은 이와테현에 33억 엔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쳤다.
‘2014년에 방송된 ‘하나코와 앤’이 야마나시현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165억 엔이었다. 이에 지자체는 대하드라마와 함께 아침드라마 촬영지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동북지역에서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아침드라마 촬영지 유지에 적극적이었다. 최근에 지자체에서는 촬영을 지원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지역홍보, 여행상품 개발, 지원단 조직 등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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